5500년 이름을 알 수 없는 행성에 불시착한 여성 셋은 생존을 위해서 손을 맞잡는다.
대형 짐승 크기의 벌레 해악충의 습격을 막아내며 잠시나마 안전을 확보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윽고 착각임이 밝혀졌다.
아무 이유없이 50도대로 치솟는 열기, 그리고 서적에서만 보았던 공룡같은 생명체등 생각지 못한 위협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베이스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모험에 로망을 느꼈던 루카스였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없이 내동댕이쳐지자 의욕이 크게 깎였다.
푹신한 침대와 깔끔한 방은 당연히 누릴 수 있었지만 이제 그것조차 사치가 되어 불편한 침대와 더러운 방을 오래 사용하니 계속 침울해졌다.
세명의 침대중 가장 품질이 좋지 않은 침대였기 때문에, 스퀸트가 그녀를 위해서 새로이 침대를 만들어 주었다.
비록 명품이라고 하긴 어려운 침대였지만, 철로 만들어진 조잡한 버려진 침대보다야 훨씬 나았다.
기존에 쓰던 강철침대는 손님방으로 옮겨서 손님들이 잠시 머물고 갈 자리를 늘렸다.
비록 품질은 좋지 않지만 여행객이나 방문객들이 노숙하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
풍력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드는 풍력 발전기는 만들었지만, 24시간 바람이 불지 않기때문에 냉방기나 전구는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
가장 중요한 음식을 보관할 냉동고 역시 전력이 끊겨서 상하기 일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나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베이스의 기틀이 다 잡힌 이후, 처음으로 방문객이 등장했다.
급히 이동하던중 빈터에 다시 생긴 건물을 보고 들렀다고 한다.
그들의 장비를 보건대 그리 발전하지 않은 곳에서 온 듯 했다.
그들은 족제비 마을 출신의 사냥꾼들로 사냥을 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방문객이 생긴 것은 기쁜 일이지만, 아쉽게 생존자 세사람은 그리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었다.
새로운 만남보다는 전기를 보관하는 연구가 더 중요했기에, 에린과 루카스는 연구실에 거의 틀어박히다시피 했다.
또 다시 해악충이 베이스 근처에 출몰했고, 이를 제거하다 루카스가 손등에 상처를 입었다.
점점 해악충이 출몰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마 생각이상으로 번식이 빠르던가, 아니면 개체수가 많던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직은 함정을 끼지 않으면 힘든 상대지만 언젠가는 근방에서 씨를 말려야 할 것이다.
다행히 상처는 얕았고, 루카스는 다음 날 아침 회복을 마치고 평상시대로 돌아왔다.
처음 위생시설을 갖추면서 심어둔 감자가 다 자랐기 때문에 수확을 실시했다.
지금까지 야생동물이나 야생열매를 따먹었지만 이제는 작지만 텃밭이 생겨서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한다.
조금 더 늦게 심어둔 풍력발전소쪽의 감자도 조만간 다 자랄 것이다.
폭염이 아니었다면 더 많이 수확할 수 있었을텐데.
감자 수확으로 식량사정이 개선되었기에 전날 쓰러뜨린 해악충과 섞어서 사료를 다시 만들었다.
그러고도 남은 감자는 당연히 림들이 먹을 음식이 될 것이다.
첫번째 방문객들이 떠나지 않았는데 다시 새로운 방문객들이 찾아왔다.
두번째 방문객들 역시 족제비 국가의 사냥꾼들.
아무래도 대규모 사냥원정을 떠났다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
첫번째 팀보다 물자가 많은 듯 무언가 거래하고 싶은게 있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우리도 그들도 볼품없는 물건 뿐이었다.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생약만을 받았다.
누군가 우주선의 좌표를 보내놓았지만, 지금 현 상황으로서는 도저히 건너갈 수 없는 곳이었다.
라이플 한정, 리볼버 한정, 단검 하나.
게다가 세 명중 에린은 전투를 할 수 없는 몸이었기에 정중히 거절했다.
족제비 국가의 Kane가 일을 거들어주었다.
아무래도 정착지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지만 연구때문에 아직 서먹서먹해서 권유를 하지 못했다.
만일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먼저 손을 내밀도록 해야겠다.
오랫동안 연구실에 쳐박혀있던 두 명이 만세를 외치면서 뛰쳐나왔다.
가물가물했던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서 전기를 보관할 축전지 연구를 마쳤다고 했다.
추후에는 더 많은 축전지가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축전지 2대만 세워두었다.
에린은 풍력 발전만으로는 불안하다며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기를 추가로 연구하겠다고 말하고는 도시락을 싸들고 연구실로 다시 들어갔다.
아무래도 다시 나오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