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이어서 방어적인 진형입니다.
아군이 적보다 불리하나 학익진을 쓰기에는 지형이 좋지 않거나, 사격유닛이 부실할 경우에 어떻게 하느냐.
그것이 이번에 설명드릴 구행진(鉤行陣)입니다.
일반적으로 방어진형은 승리를 위한 포석이 아닙니다.
불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하는 것이죠.
유리하다면 애초에 방어진형을 취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즉, 이기면 좋고, 져도 최대한 적에게 타격을 주는 전술입니다.
이기더라도 아군 피해도 엄청나죠.
적이 수가 많은 경우, 횡렬진이든 학익진이든 적에게 측면이 노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대의 측면을 공격받지 않기 위해서 날개를 아군쪽으로 꺽어서 중앙을 지키는 전술입니다.
쉽게 측후면을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에 사기저하가 적고, 장군의 사기 범위 내에서 싸우기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사용되는 상황은 이렇습니다.
상대의 병력보다 숫자가 떨어져 방어할때
기동력이 부족해서 상대보다 느릴때
주력병사(창병,중보병)들이 적고 보조병(민병대,농민병)등이 많을때
학익진처럼 궁병에게 주는 자리가 넓지 않기때문에 궁병진을 2열이상으로 배치합니다.
보병 뒤쪽에는 농민궁병대처럼 사거리가 짧은 궁병대를
그 뒤쪽 열에는 그보다 사거리가 긴 궁병대를 배치하면서 싸우게 됩니다.
아군 병력이 압도적으로 불리할 경우에는 날개를 더 뭉쳐서 싸우게 됩니다.
구행진의 장점은 측후면 공격을 당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더 오래 버티면서 싸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군에 비해 적이 넓게 펼쳐지기 때문에 보조대를 운용할 수 있으면 넓게 퍼진 적의 측면을 강타시켜 패주시킬 수 있죠.
적의 진형이 학익진처럼 퍼지기 때문에 측면을 쉽게 공략 가능합니다.
적이 망치와 모루를 이용해서 아군 측면을 공격하려면 빙 돌아와야 하는 반면, 아군 보조병들은 쉽게 이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학익진과 정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완벽해보이는 구행진도 큰 단점이 있으니
구행진이 불리한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군이 적보다 유리할때(쓸 필요 없음)
적의 사격능력이 너무 우월할때
아군 보병의 방어력이 낮을 때
방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형일때
적의 사격능력이 뛰어나면 학익진처럼 펼쳐진 적들의 화살이 중앙에 뭉쳐있는 아군에게 큰 피해를 입힙니다.
또 버티는 진형이기 때문에 전열보병들의 방어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적이 언덕위고 아군이 언덕 아래인 불리한 곳에서 방어진을 펴면 안됩니다. 최소한 아군이 위쪽이거나 평지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그럼 저렇게 구행진을 펼칠수도 없는데, 아군이 크게 불리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후퇴입니다. 후퇴.
최대한 병력을 살려서 후퇴시켜야 합니다.
구행진과 비슷한 진형으로는 방원진이 있습니다.
원으로 아군 진형을 둘러싸서 측후면을 막는건데요
구행진보다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한 진형입니다.
적이 더 많고, 여러곳에서 몰려올때 사용합니다.
모든 싸움에서 다 이길 수 없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싸움일 수도 있겠지요.
가장 중요한건 최대한 아군을 살리는 것. 빠른 퇴각이지만
그게 되지 않을때 차선책으로 적의 소모를 극대화 시키는 것입니다.